김선호 변호사 입니다.

질문자님께서는 법적 리스크 없이 안전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명을 짓는 구체적 방법을 찾고 계신 것으로 이해합니다. 창작의 설렘과 별개로 이름 하나가 상표권, 저작권, 부정경쟁행위, 퍼블리시티권까지 촘촘히 얽히는 영역이라 긴장이 되실 것입니다. 조심스럽지만 단단히 준비하면 충분히 방어 가능한 이름을 만들 수 있으니, 절차와 기준을 체계적으로 안내드리겠습니다.

우선 법적 분쟁의 중심은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입니다. 캐릭터명은 통상 지정상품과 서비스에서 상표로 사용되므로, 강한 식별력을 가진 명칭을 설계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무작위적이거나 조어적인 명칭이 가장 안전하며, 사전에 존재하는 단어를 쓰더라도 해당 캐릭터 세계관과의 직접적인 설명 관계가 희박하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설명적이거나 성질을 나타내는 단어는 식별력이 약해 등록이 어렵고 타인과의 충돌도 잦습니다. 반대로 특정 작품의 주인공명, 시리즈명, 유명 별칭은 저명표지에 해당할 위험이 있어 부정경쟁행위나 희석화 쟁점으로 이어집니다.

명칭 설계 단계에서 음성적, 시각적, 관념적 유사성 전부를 동시에 배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글 두음, 중성, 종성의 배열이 유사하거나, 영어 표기 시 자음군과 강세 패턴이 유사한 조합은 피해야 합니다. 관념 유사도 평가에서는 동일한 의미 영역을 떠올리게 만드는 핵심 어근을 제거하고, 의미가 결합될 때 특정 유명 캐릭터나 시리즈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조합을 지양해야 합니다. 특히 동일 업종 내에서 3음절 이하 고유명은 충돌 가능성이 높으니 조어는 4음절 이상, 이형태 표기까지 대비해 설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사전 위험 스크리닝과 정식 클리어런스를 분리해 진행합니다. 1차로 KIPRIS에서 동일·유사 검색을 실행하되, 한글, 영문, 숫자, 축약형, 초성, 오타형, 띄어쓰기 변형, 합성어 분해형을 모두 포함해 넓게 걸러냅니다. 지정상품은 애니메이션 관련 핵심류인 제9류, 16류, 28류, 41류를 우선으로 하되, 머천다이징 확장 가능성이 있는 18류, 25류, 30류, 35류까지 교차 검토합니다. 이어 부정경쟁방지법상 국내에 널리 인식된 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포털, 커뮤니티, 영상 플랫폼, 스토어, 앱마켓 검색을 병행해 실제 사용 실태와 인지도 자료를 수집합니다. 저작권법상 이름 그 자체는 보호대상이 아니지만, 유명 캐릭터명과 결합된 표현은 2차적 저작물이나 캐릭터성 침해 주장과 맞물려 분쟁화될 수 있어 동일 프랜차이즈와의 연결 가능성 자료를 별도로 기록해 둡니다. 실존 인물의 명칭, 연예인 별명, 스트리머 핸들 등 인격표지에 해당할 소지는 퍼블리시티권 및 성명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고유명·예명 데이터베이스와 뉴스·SNS 매칭을 통해 배제합니다.

후보군이 추려지면 변형 저항성을 점검합니다. 로고화, 줄임명, 해시태그 표기, 도메인, 소셜 핸들, 상품 라벨링 등 다양한 환경에서 동일·유사 위험이 재발하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라틴 전사, 일본어 가나 표기, 중국어 병음 전환에서도 충돌이 없는지 국제 전개를 염두에 두고 검토합니다. 해외 전개 계획이 있다면 동일 절차를 WIPO Global Brand Database, USPTO TESS, EUIPO eSearch에서 병행하고, 필요시 선출원 전략이나 마드리드 프로토콜을 통한 묶음 출원을 고려합니다.

법적 안전지대를 키우는 설계 요령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조어 중심으로 어근을 2개 이상 결합하되 현존 단어와의 접점이 낮은 음절 조합을 선택합니다. 둘째, 동일 업태 내 저명 시리즈의 음운 패턴을 피합니다. 예컨대 특정 장르에서 반복되는 운율, 접미, 리듬은 자체로 연상 가능성이 높아 회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주된 의미와 보조 의미의 충돌을 활용해 관념 중립성을 확보합니다. 한 단어가 특정 이미지를 강하게 유도하면 다른 단어로 상쇄해 단일 관념 귀착을 막습니다. 넷째, 숫자·기호·하이픈을 통한 변별은 법적 변별력에 기여도가 낮으므로 명칭 자체로 식별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다섯째, 기존 유명 캐릭터명에 접두·접미를 붙이는 방식은 혼동가능성, 희석화, 부정경쟁행위 주장에 매우 취약하므로 배제합니다.

실행 단계에서는 클리어런스 의견서를 남겨 리스크 판단 근거를 문서화합니다. 기준은 선행표지와의 유사도, 지정상품의 관련성, 저명성 및 가족표장 여부, 사용 의도와 방식, 회피 설계의 구체성입니다. 이 문서는 내부 의사결정과 분쟁 발생 시 선의와 주의의무 이행 입증에 유용합니다. 이후 우선심사를 활용해 선출원 지위를 빠르게 확보하고, 핵심 표장과 그 변형들까지 방어적으로 묶어 출원합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경계선상 명칭을 써야 한다면, 공존합의나 라이선스를 통한 리스크 헤지를 검토하되, 합의 범위와 지정상품, 지역, 2차 확장에 관한 금지조항을 명확히 두어야 합니다. 패러디나 오마주는 통상 상표법 영역에서 방어력이 낮아 상표 사용 목적이라면 회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고지 문구나 면책 문구는 상표 혼동 판단을 실질적으로 바꾸지 못하므로 법적 방패로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름은 결국 사용을 통해 권리가 축적됩니다. 선택 직후 실제 사용 전 선사용 표지들에 대한 경고장 수신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사용 후에는 일관된 표지 사용, 출처표시, 품질관리로 식별력을 키워 두어야 분쟁 시 방어력이 높아집니다. 초기 몇 달간 상표 모니터링을 통해 유사 출원을 포착해 이의신청으로 정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질문자님께서 새 캐릭터의 이름에 마음을 쏟고 계실 것을 압니다. 그 마음이 불필요한 분쟁으로 상처받지 않도록, 오늘부터는 감각이 아닌 절차와 증거로 자신을 지키시길 바랍니다.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밟아 나가면 이름은 단지 예쁜 호칭을 넘어 질문자님의 세계관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줍니다. 창작의 기쁨이 법적 안전망 위에서 더욱 빛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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